먼저 결론
-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오른 20종목을 매달 사는 규칙을 재현했더니 비용 없이도 -78.1%였다.
- 무너진 이유는 비용이 아니라 규칙이었다. 급등이 끝난 뒤에 사들이는 일이 반복됐다.
- 이것은 과거 데이터로 규칙을 다시 돌려 본 재현이다. 실제 계좌로 굴린 성과가 아니다.
배경
규칙은 커뮤니티에서 흔히 소개되는 형태 그대로다.
- 직전 12개월 수익률을 구한다. 단, 가장 최근 1개월은 뺀다
- 그 수익률이 높은 순으로 줄을 세워 상위 20종목을 같은 금액씩 산다
- 한 달 뒤 다시 줄을 세워 갈아탄다
- 60일 평균 거래대금 10억원에 못 미치는 종목은 애초에 대상에서 뺀다
구간은 2020년 1월 31일부터 2026년 8월 21일까지다.
기록은 이렇다.
- 비용 없음: -78.1%
- 비용 반영: -88.3%
- 비용 드래그: -10.3%p
%p는 퍼센트끼리의 차이를 뜻한다.
여기서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할 것은 드래그가 아니다. **비용을 한 푼도 넣지 않은 곡선이 이미 -78.1%**라는 사실이다.
연도별로 보면 어디서 무너졌는지 보인다
비용을 빼고 그린 곡선의 연도별 성적이다.
| 연도 | 비용 전 수익률 |
|---|---|
| 2021 | -51.0% |
| 2022 | -58.7% |
| 2023 | -7.4% |
| 2024 | -6.2% |
| 2025 | +40.1% |
| 2026 | -36.6% |
2021년과 2022년, 두 해에 손실이 몰려 있다. 이 두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이 글의 핵심이다.
2021년 1월: 이미 끝난 급등을 사들였다
2021년 1월 리밸런싱에서 이 규칙이 고른 상위 종목들은 2020년에 크게 오른 코로나 진단·제약 관련주였다.
당연한 결과다. 규칙이 보는 것은 "직전 12개월에 많이 오른 순서"뿐이다. 2020년에 그 조건을 가장 잘 만족한 것이 이 범주였다.
얼마나 올랐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숫자가 하나 있다. 그때 1위였던 종목의 직전 12개월 수익률은 **+7,233%**였다. 1년 사이에 70배가 넘게 오른 것을 규칙이 "가장 강한 종목"으로 판정해 사들였다는 뜻이다.
그 뒤로 이 범주는 크게 하락했다. 2021년의 -51.0%는 대체로 여기서 나왔다.
이 사이트는 종목명과 종목코드를 어떤 형태로도 공개하지 않는다. 위 설명도 범주와 순위, 수익률만 적었다.
2022년 1월: 같은 일이 다른 범주에서 반복됐다
2022년 1월 리밸런싱에서 상위에 올라온 것은 2021년에 크게 오른 게임·메타버스(P2E) 관련주였다. 그때 1위 종목의 직전 12개월 수익률은 **+1,442%**였다.
이 범주도 그 뒤 크게 하락했다. 2022년은 -58.7%였다.
두 해의 공통점은 이렇다.
- 어떤 범주가 1년 동안 크게 오른다
- 그 범주가 규칙의 상위 20에 들어온다
- 규칙이 그것을 산다
- 그 상승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
"많이 오른 것을 산다"는 규칙은, 구조상 상승이 끝난 뒤에 사게 되는 일이 잦다. 규칙은 지나간 12개월만 볼 수 있고, 앞으로의 12개월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.
비용은 조연이었다 — 다만 착시가 하나 있다
비용 가정은 이렇다.
- 매수 수수료 5bp
- 매도 비용 25bp (증권거래세 포함)
- 편도 슬리피지 25bp
bp는 0.01%를 뜻한다. 사고파는 것을 한 번 왕복하면 (5 + 25) + (25 + 25) = **80bp = 0.8%**다. 월 1회 통째로 갈아타므로 이 왕복이 매달 붙는다.
80개월 동안 매달 0.8%씩 곱해서 깎이면 남는 것은 약 0.53배다. 남아 있던 돈의 절반 가까이를 비용이 가져간 셈이다.
그런데 표에 적힌 드래그는 -10.3%p다. 절반이라기엔 너무 작아 보인다. 착시의 이유는 간단하다.
- 곡선은 시작을 100으로 놓고 그린다
- 비용 없음 곡선은 이미 21.9까지 내려와 있었다
- 그 21.9의 절반 가까이가 깎여 11.7이 됐다
- 100 기준으로 보면 그 차이는 10.3에 불과하다
즉 -10.3%p는 비용이 작아서가 아니라, 깎일 원금이 이미 얼마 남지 않아서 나온 숫자다. %p로 표시된 드래그를 볼 때는 원금 수준을 함께 봐야 한다.
그래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. 비용을 0으로 놓아도 이 표본에서 규칙은 -78.1%였다. 비용 문제보다 규칙 자체의 문제가 훨씬 컸다.
반드시 밝혀 둘 한계: 생존편향
이 재현에 쓴 데이터에는 상장폐지된 종목이 들어 있지 않다. 중간에 사라진 회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계산된다.
이것을 생존편향이라고 부른다. 끝까지 살아남은 것만 세는 편향이다. 그래서 이 재현의 수익률은 실제보다 좋게 나온 값이다. 급등 뒤 급락한 종목 중 일부는 실제로 상장폐지까지 갔을 수 있고, 그런 경우 실제 손실은 여기 적힌 -78.1%보다 더 컸을 가능성이 크다.
다른 한계도 함께 적어 둔다.
- 거래대금 10억원 조건을 걸었지만, 20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팔 때의 체결 충격은 반영하지 않았다.
- 배당과 세금은 반영하지 않았다.
- 실계좌 기록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로 돌려 본 재현이다.
결론이 아닌 기록
- 이 표본에서 이 규칙이 무너진 원인은 비용이 아니라 무엇을 사게 되는지의 문제였다.
- 2025년의 +40.1%처럼 잘 맞는 해도 있었다. 몇 년만 잘라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. 짧은 구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.
- 생존편향 때문에 이 기록은 규칙의 성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여주고 있다.
- 다음 질문: 가장 많이 오른 상위 20 대신 중간 순위를 사면 결과가 달라지는가. 상승이 이미 끝난 것을 사는 문제가 순위 구간에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.